태극마크 품격 저버린 금메달 환호…‘병역특례 공정성’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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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 갑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접전 끝에 꺾은 뒤 대표팀 주장 이기혁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기혁은 국군체육부대 입대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번 금메달로 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얻었다. 이기혁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선수가 인터뷰와 SNS를 통해 병역 혜택을 자축했다.
양민혁은 군 면제라는 보상을 목표로 경기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2007년생 박승수는 금메달을 걸고 전역모를 삐딱하게 쓴 사진을 올렸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삭제했다. 이번 우승으로 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얻은 선수는 축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 23명 중 20명이다. 결승골을 넣은 엄지성도 그들 중 한 명이다.
2026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우승한 뒤 "군대 안 갑니다" 발언으로 빈축을 산 이기혁이 10월4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뉴시스
'국위선양' 명분도 시대에 뒤떨어져
아시안게임 4연패를 축하할 자리에서 '군 면제' 이야기가 이어지자, 여론은 점점 악화됐다.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우승의 보상으로 앞세웠다는 지적이었다. 논란은 일부 선수의 언행을 넘어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형평성과 존속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졌다.
축구 대표팀에 앞서 아시안게임 5연패에 성공한 야구 대표팀도 비판을 받았다. 예선에서 실업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에 0대5로 패했고, 결승에서 3대1로 가까스로 설욕하긴 했지만 프로 선수들이 실업 선수들을 이기고 병역 혜택을 받는 것이 적절하냐는 주장이 나왔다. 야구 대표팀 24명 선수 중 군 미필은 KIA 타이거즈의 김도영 등 16명이었다.
박승수가 남자축구 금메달 획득 후 전역모를 착용하고 경례하는 사진을 SNS에 올려 큰 비난을 샀다. ⓒ 뉴시스
정치권에서는 제도 재정비 요구가 거세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대통령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도 일부 선수의 언행을 비판하며 병역 혜택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지고, 다른 청년들이 학업과 직장을 미루며 복무하는 상황에서 국제대회 성적에 따른 별도의 복무 기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직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는 야구 대표팀의 선수 선발과 병역 혜택을 둘러싼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은 국정감사에 출석해야만 했다.
흔히 '군 면제' '병역특례'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병역 의무를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제도다. 체육요원의 편입 기준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이다. 편입자는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해당 분야에서 34개월 복무하면서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 544시간을 이행해야 한다. 현역으로 입대하지 않을 뿐, 병역의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련 제도는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상과 복무 방식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체육 분야에서는 세계선수권 등의 입상 실적도 인정하던 시기를 거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중심으로 기준이 좁혀졌다. 축구 월드컵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적을 인정하는 조항이 추가됐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현행 기준에서는 월드컵이나 WBC 우승만으로 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얻을 수 없다.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선수들이 월드컵이나 WBC 대신 아시안게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국제 무대에 '대한민국'과 '코리아'라는 이름을 알리는 일이 절실했던 시절, 국위선양은 제도를 설명하는 중요한 명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은 스포츠 밖에도 있고, 병역으로 경력이 끊기는 청년 역시 운동선수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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