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째 땜질 처방”… 한국 축구 86체제를 넘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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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정치권에서도 감독 선임 과정의 책임 문제를 제기하며 개혁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뉴스1
현재 한국 사회는 87체제라고도 불린다. 사회·경제·문화적으로 1987년 6월 항쟁과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한다는 의미에서다. 한국 축구는 86체제라 칭할 수 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1986년은 한국 축구의 결정적 분기점이었다.
한국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중동 오일머니에 막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실업축구로는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자성 속에서 프로축구가 유일한 돌파구로 제시됐다. 국가대표 전력 강화는 1983년 프로리그 출범의 결정적 계기이자 목표였다. 대우, 포항제철, 유공 등 프로축구를 떠맡은 대기업은 축구를 통한 지역 발전이나 팀의 우승보다는 소속팀 선수가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자원을 쏟아붓고 스카우트 전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스포츠로 더 행복한 나라로’라는 원대한 비전으로 지역 사회와 밀착한 클럽을 만든다는 ‘백년구상’을 세우고 탄생한 J리그와는 출발이 완전히 달랐다.
한 축구 원로는 “경부고속도로는 급하게 만들어, 만든 날부터 보수공사를 했다. 한국 프로축구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경부고속도로가 한국 경제의 밑거름이 된 것처럼, 프로축구도 그때그때 고쳐쓰면서 한국 축구의 발전 동력이 됐다”고 한국 프로축구의 공과를 평가했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11번 연속 월드컵에 빠짐없이 진출했으니, 소기의 성과는 거둔 셈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참담한 실패는 이제 86 체제의 시효가 다됐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장기 비전이 없이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임기응변으로 막아내며, 엘리트 체육에 과도하게 자원을 몰아주고 대표팀을 최우선시하는 86 체제로는 한국 축구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이젠 한국 축구와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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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은 국력’, 오로지 엘리트 스포츠만 육성
한국에서 체육 행정의 초점은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 아래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 국위를 선양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좋은 성적을 낼 수만 있다면 훈련 과정에서 다소 가혹한 행위가 있다고 해도 ‘지옥 훈련’으로 미화됐다.
올림픽 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주어지는 병역혜택은 고강도 스테로이드 주사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월드컵 16강에 오른 후 특별법을 제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었다. 2002년 월드컵 히딩크의 4강 신화는 이 같은 성적 지상주의와 대표팀 우선주의를 기초로 한 한국축구 86체제가 이뤄낸 성과의 절정이었다. 히딩크 감독마저 성공 비결로 “1년 반 동안 대표팀을 클럽팀처럼 운영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3~4위전 때 붉은 악마는 ‘CU@K리그’라는 카드섹션으로 관중석을 채우며 한국 축구의 변화를 염원했다. 월드컵 후 프로축구는 약 석달간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한국 축구는 이같은 팬들의 열기를 구조적인 변화로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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