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도 블랙박스 달았다... 월드컵 신스틸러 '심판 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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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의 후안 가브리엘 베니테스 주심이 20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E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의 프랑크 케시에로부터 항의받고 있다. 토론토=AP 연합뉴스
“심판 앞에서 욕을 어떻게 해요? 캠이 있는데.”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된 ‘레프리 카메라(referee camera·심판 캠)’가 예상 밖의 효과를 낳고 있다. 팬들에게는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생생한 1인칭 화면을 제공하고, 심판들에게는 판정 능력 향상과 권익 보호라는 새로운 무기를 안겨주고 있다.
이번 대회 중계 환경 변화 중 가장 큰 화제는 단연 ‘심판 캠’이다. 주심의 귀 옆에 장착된 초소형 카메라가 경기장을 누비며 영상을 촬영하는데, 그동안 TV 중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골 장면에서는 선수들 사이를 파고드는 움직임이 그대로 담기고, 페널티지역 혼전 상황에서는 심판이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FIFA 게임 화면 같다” “내가 심판이 된 기분”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인도 매체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월드컵 경기장에 설치된 45대 이상의 카메라 중 가장 독특한 카메라”라며 “과거 심판 캠에서는 격렬한 움직임 때문에 화면이 심하게 흔들렸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영상 안정화 기술 덕분에 훨씬 자연스러운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분데스리가가 2024년 심판 캠을 처음 도입했고, 국제축구연맹(FIFA)도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클럽월드컵에서 처음 심판 헤드셋에 카메라를 달았다.
그런데 심판 캠은 중계 장비 이상의 의미가 있다. FIFA가 이 기술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판 교육 효과’다. 경기 후 심판 평가 과정에서 “왜 그런 판정을 내렸는가”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심판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기 후 사후 평가 과정에서 당시 시야와 판단 근거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오프사이드 여부나 페널티킥 판정 논란이 발생했을 때 단순히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심판이 어떤 각도에서 어떤 장면을 목격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판에게 일종의 ‘블랙박스’가 생긴 셈이다.
심판 보호 역할도 할 수 있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감독관인 권종철 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심판 눈 옆에 달린 카메라 앞에서 선수나 지도자가 쉽게 욕설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심판 캠에는 경기 장면뿐 아니라, 선수들의 대화 및 항의 과정도 고스란히 담긴다. 선수들의 말과 행동이 그대로 기록된다는 사실만으로 과도한 항의나 폭언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전 위원장은 "불필요한 항의가 줄어들면 경기 진행 속도 또한 빨라지는 긍정적 효과도 내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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