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수건·닫힌 루프"… 35도 파리 폭염, 프랑스오픈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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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루블레프가 체인지오버 도중 얼음팩으로 머리를 식히고 있다. 선수들은 얼음 수건과 아이스 조끼, 냉각 음료 등을 총동원하며 기록적인 파리 폭염과 싸우고 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아리나 사발렌카가 경기 중 미니 선풍기를 얼굴에 대며 체온을 낮추고 있다. BBC 캡처
"올해 롤랑가로스는 상대보다 더위와 먼저 싸워야 합니다."
프랑스 파리가 기록적인 폭염에 휩싸였습니다. 세계 최고 클레이코트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 역시 그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낮 기온이 33~35도까지 치솟고, 붉은 클레이가 열기를 머금으면서 일부 코트의 체감온도는 40도에 육박한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올해 롤랑가로스는 단순한 테니스 대회가 아니라 "폭염 속 생존 경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파리의 더위는 예년과 차원이 다릅니다. 프랑스 현지 언론과 기상 당국에 따르면 파리는 올해 처음 30도를 돌파하며 낮 최고기온 31.9도를 기록했습니다. 영국 런던은 33.5도까지 올라 104년 만의 5월 최고기온 기록과 타이를 이뤘습니다. 프랑스 북부와 남유럽 곳곳에서는 5월 기준 최고기온 기록 경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이상고온의 원인으로는 북아프리카에서 올라온 뜨거운 공기가 유럽 상공 고기압에 갇히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지목됩니다. 프랑스 기상청은 "한여름보다 더 이른 시기의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유럽 폭염의 한복판에 롤랑가로스가 놓였습니다.
현지 매체 Le Monde는 "파리의 봄 테니스가 아니라 한여름 생존 테스트에 가까운 분위기"라고 표현했습니다. L'Équipe와 프랑스 방송들도 연일 냉각 장면과 의료 대응 상황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습니다.
경기장 곳곳에서는 얼음 수건과 냉각 장비가 필수품처럼 등장합니다. 선수들은 체인지오버 때마다 잠시라도 목과 허벅지에 얼음을 대고, 아이스박스와 냉각팬 앞에서 숨을 고릅니다. 일부 선수는 아이스 조끼까지 착용한 채 코트에 들어섭니다.
폭염이 덮친 롤랑가로스 현장. 프랑스오픈 관중들이 경기장 주변 냉각 스프레이 시설 앞에서 몸을 식히고 있다. 동아일보 캡처
관중석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양산과 선캡, 물병을 든 팬들이 분수대와 그늘 공간으로 몰립니다. 코트 주변 스프링클러에서는 물안개가 분사됐고, 관중들이 직접 몸을 식히는 장면도 이어졌습니다.
실제 경기 중 아찔한 상황도 나왔습니다. 안드레이 루블레프 경기 도중 볼키즈 한 명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쓰러져 심판과 관계자들이 급히 부축해 코트 밖으로 이동시키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지만, 이번 폭염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캐스퍼 루드가 경기 도중 차가운 음료를 머리에 부으며 체온을 낮추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선수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립니다.
캐나다의 가브리엘 디알로는 경기 도중 기권한 뒤 "더위 때문에 상태가 계속 나빠졌다"고 털어놨고, 캐스퍼 루드는 "집에 갈 뻔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알렉스 디미노어는 "이런 뜨거운 조건을 좋아한다.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가 시비옹테크 역시 "클레이가 훨씬 빨라진다. 적응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폭염은 경기 양상 자체도 바꾸고 있습니다. 클레이코트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바운드가 높아지고 공 속도 역시 빨라졌습니다. 긴 랠리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롤랑가로스 스타일보다 빠른 공격 전개가 더 위력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주목받는 시설은 바로 '루프(지붕)'입니다.
현재 롤랑가로스는 센터코트인 Court Philippe-Chatrier와 Court Suzanne-Lenglen에 개폐식 루프를 갖추고 있습니다. 원래는 우천과 야간 경기 대응을 위해 도입된 시설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폭염 회피 공간"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샤트리에 루프는 약 15분 만에 닫히는 구조로 설계됐고, 내부 냉각·온도 유지 기능 역시 강화됐습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이제 루프는 비를 막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시설"이라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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