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원석들로 만든 차두리 감독의 역작 '화성의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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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FC는 신기하다. 소위 '액면가'로 보면 승격 경쟁을 벌일 만한 팀이 아니다. 전통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화성은 중반부를 넘어서고 있는 하나은행 K리그2 2026에서 가히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5일 저녁 7시 30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K리그2 22라운드 부산 아이파크 원정 경기도 그랬다. 이미 20라운드 대구 FC와의 홈 경기에서 K리그1 경험을 잔뜩 머금은 경쟁자들을 상대로 무려 다섯 골을 몰아치며 5-1 대승을 이끌어냈던 화성은 그때의 경기가 결코 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부산을 세차게 몰아세웠다.
이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느끼겠지만, 구덕운동장의 '골대신'이 부산을 수호하지 않았다면 화성이 서너 골 이상은 너끈히 넣고 이겼을 정도로 압도적인 화성의 페이스 속에서 진행된 승부였다. 단순히 공격적인 측면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화성 선수들은 쉴 새 없이 달렸고, 재빨랐으며, 그 와중에 서너 선수가 부산의 수비진을 조직적으로 해체하는 부분 전술 움직임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경기를 지켜보던 혹자는 "차두리 감독이 차두리 열한 명을 피치에 풀어놓은 것 같다"라는 말까지 남기며 감탄했다.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 레벨' 속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뽐냈기에 나온 찬사일 것이다.
사실 이날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이전 팀에서 쓰임새가 적었던 선수들이다. 2021년 대구 FC에서 데뷔했으나 김해시청·당진시민축구단·FC 목포 등 K3리그를 전전하다 어렵사리 K리그에 복귀, 제주 SK와 김포 FC에서 기회가 한정적이었던 제갈재민은 지금 화성의 부인할 수 없는 에이스로 거듭나 있다.제갈재민뿐만 아니다. 커리어를 보면 우여곡절 때문에 '풍운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노장 김병오를 비롯해 한때 '제2의 기성용'으로 불리다 커리어가 크게 떨어졌던 김정민, 이외에도 김태환·박재성 등 제갈재민처럼 바닥에서 시작해 화성을 통해 급격히 도약한 선수들이 너무도 많다.
그래선지 부산 관계자도 놀라워하는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이날 경기에서 능수능란하게 경기를 조율하던 김정민을 두고 "이렇게 잘하던 선수였나"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을 정도였다. 비단 김정민뿐만 아니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네 명의 화성 선수들이 '친정'인 부산 팬들에게 인사를 하러 왔었는데, 모두 부산에서는 기회가 많지 않았고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선수들이었다. 아마 부산 팬들도 너무도 놀랐을 것이다.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없던 능력이 생긴 건 아닐 것이다. 자연히 시선은 차두리 감독에게 향한다. 올해로 프로 2년 차 사령탑이 된 차두리 감독은 남들이 몰라보던 원석을 갈고닦아 빛을 내는 놀라운 '세공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언급했듯이 개인 기량의 성장은 물론이며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는 조직력까지 뽐내고 있는 이 선수들을 보면 좋은 지도자가 선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연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 부산전 이후 차두리 감독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앞서 거론한 네 명의 선수를 상징적으로 거론해 질문을 던졌다. 이전 소속팀에서 중용되지 못한 아픔을 가진 선수들에게서 어떻게 동기 부여를 이끌어냈느냐는 물음이었다.
차두리 감독은 담담했다. 차 감독은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마찬가지지만, 어딘가에서 인정을 못 받았거나 축구를 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선수들이다. (장)민준이는 지난해에 몸담았던 팀에서 4승밖에 못했다더라"라고 제자들의 지난날을 설명한 뒤, "다들 절실함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감독으로서 정말 좋은 베이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감을 심어주고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운동장에서 알려주는 게 결국 제 임무"라며 "지금은 플레이오프권에 있고, 어느덧 10승도 달성했다. 그런 자부심과 자신감이 쌓이고 있다. 배고픈 선수들이 힘을 얻으니 팀도 강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두리 감독은 "절실한 마음을 가진 선수들을 만난 건 감독으로서는 '복(福)'"이라고 재차 공을 제자들에게 돌렸다. 제자들을 대하는 모습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차두리 감독의 도전은 어떤 측면에서는 굉장히 호평을 받을 만하다. 다른 케이스를 보면, 다들 그러했듯 어찌 보면 더 높은 곳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해도 모자람이 없을 인물이다. 그의 현역 시절 명성이 그러하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차근차근 바닥에서부터 올라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밖에서 보기엔 매 경기가 힘들 것이라는 팀을 맡아 시작했지만, 놀랍게도 프로 선수로서 절실함을 안고 있는 제자들과 함께 엄청난 시너지를 내며 돌풍을 태풍으로 키워냈다.
그래선지 어찌 보면 이번 시즌 K리그2 감독상은 승격 여부와 별개로 차두리 감독의 몫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만에 하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격까지 이뤄낸다면 이견이 없을 것이다. 화성 돌풍, 그 중심에 있는 차두리 감독에게 시선을 계속 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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