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의 '말비나스' 현수막과 FIFA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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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의 '말비나스' 현수막과 FIFA의 이중잣대.(자료출처=JTBC 뉴스 화면 캡쳐)
【발리볼코리아닷컴=스포츠평론가 김정훈】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가 숙명의 라이벌 잉글랜드를 상대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이 짜릿한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라운드는 또 다른 뜨거운 논란으로 불붙었다.
조바니 로셀소, 크리스티안 로메로, 니콜라스 오타멘디 등 아르헨티나의 일부 선수들이 경기 후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땅(Las Malvinas son Argentinas)"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기 때문이다.
여기서 등장한 '말비나스(Malvinas)'는 영국이 실효 지배하며 포클랜드(Falkland)라 부르는 남대서양의 군도다. 아르헨티나와 영국은 1982년 이 섬들을 두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렀고, 약 1,0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비록 영국의 승리로 끝났으나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이를 자국 영토라 주장한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이 현수막은 단순한 도발이 아닌, 국가의 역사적 아픔이자 정체성을 대변하는 절실한 외침이었던 셈이다.
■ 되풀이되는 역사 - 2012년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와 닮은꼴
이 장면은 자연스럽게 14년 전의 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은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달렸던 박종우의 사례다.
당시 IOC와 FIFA는 이를 엄격한 '정치적 행위'로 규정했다. 박종우는 동메달 수여가 보류되었고, FIFA로부터 A매치 2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형을 선고받는 고초를 겪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역시 지난 2014년 슬로베니아와의 평가전에서 똑같은 현수막을 들었다가 벌금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벌어진 '말비나스 세리머니' 역시 박종우의 사례와 판에 박은 듯 닮아 있어, FIFA의 칼날 같은 사후 징계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자본과 권력에는 침묵하고, 선수들의 목소리만 억압하는 이중잣대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본질적인 의문을 던져야 한다. 국가 간의 역사적 갈등과 영토 문제에 대한 선수들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출이 이토록 엄벌을 받아야 할 대죄인가.
경기장에서 평화와 존중을 외치며 '정치적 중립'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FIFA이지만, 정작 그들의 행보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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