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굴욕”이라더니…잉글랜드 4강 뒤엔 첫 ‘독일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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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원투펀치인 벨링엄(왼쪽)과 케인. AP=연합뉴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감독은 부임 후 단 한 번도 영국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그는 독일인이다. 잉글랜드와 독일은 두 세계대전을 거치며 쌓인 정치·사회적 긴장감이 축구장으로 고스란히 옮겨붙은 최대 라이벌이다. 1966년 잉글랜드가 유일하게 월드컵 트로피를 들었을 때의 상대가 독일이었지만, 이후 큰 무대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은 잔인한 천적도 독일이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4강과 웸블리 홈 안방에서 눈물을 흘렸던 유로 1996 4강전은 잉글랜드 팬들에게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런 독일인이 축구 종가의 지휘봉을 잡았다. 유로 2024 준우승 직후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투헬을 선임했을 때, 현지에선 파격을 넘어선 굴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스벤예란 에릭손, 파비오 카펠로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외국인 감독이었지만, ‘독일 출신’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여론의 무게는 차원이 달랐다.
잉글랜드 첫 독일인 사령탑인 투헬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취임 순간부터 날 선 화살이 쏟아졌다. 부임 기자회견부터 “국가대표 감독은 그 나라의 정서를 체화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회의론이 따라붙었다. 이번 월드컵 명단 발표 때는 폭탄이 터졌다. 필 포든, 콜 파머,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 등 최근 몇 년간 공격을 이끈 간판스타들을 대거 칼질하자 팬들과 독설가적인 전직 국가대표 해설자들까지 들고일어났다.
그러나 투헬은 보수적이고 답답했던 팀을 완전히 바꿔놓으며 반전을 시작했다. 노르웨이와의 8강전에서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에 빌드업이 흔들리자, 투헬은 포백과 스리백을 무려 네다섯 차례나 오가는 실시간 전술 변화로 상대를 교란하며 연장 끝에 2-1 역전승을 일궜다.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는 순간적으로 5-4-1 수비 체제로 전환해 3-2 승리를 지켜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10명의 선수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완벽하게 숨 쉬며 수비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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