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야유를 환호로 바꾸기 위해서
컨텐츠 정보
- 82 조회
- 목록
본문
지난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 김기동 감독을 향해 쏟아진 것은 박수가 아닌 야유였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에 실망한 팬들은 "김기동 나가"를 외치며 거세게 비판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지난 24일 서울은 강원FC와 1-1로 비기고도 2016년 이후 10년 만에 K리그1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은 김 감독을 헹가래 쳤고, 3만여 관중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해 야유를 받았던 감독이 올해는 '기동 매직'의 주인공이 됐다. 김 감독이 바꾼 것은 단순히 팀의 순위만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했던 팬들의 시선까지 돌려놓았다.
김 감독은 2024년 서울 지휘봉을 잡으며 3년 안에 우승하겠다고 약속했다. 첫해 4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6위로 내려앉았다. 기성용과의 결별까지 겹치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그럼에도 자신의 축구를 다듬고 선수단을 정비하며 묵묵히 결과를 준비했다. 그리고 부임 3년 차에 약속했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스포츠의 냉정함이 여기에 있다. 아무리 좋은 철학과 원대한 계획을 이야기해도 결과가 따르지 않으면 팬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반대로 비판을 받던 지도자라도 경기장에서 능력을 증명하면 박수를 받을 수 있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 축구는 지난여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쓰라린 결과를 받아들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기쁨은 4년 만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월드컵 이후에도 대표팀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선수단 내부의 불화설과 리더십 논란, 일부 선수들의 대표팀 은퇴설 등이 제기됐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이후 일부 선수들의 병역 혜택 관련 발언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대표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분명한 것은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정규리그 33라운드 FC서울과 강원FC 경기에서 우승한 FC서울 김기동 감독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6.10.24 ⓒ 뉴스1 김민지 기자
그렇다면 떨어진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답은 결국 경기장에 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도 그랬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 기용과 전술을 둘러싼 비판이 적지 않았다. '빌드업 축구'가 한국 선수들에게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의 방향을 쉽게 바꾸지 않았다. 오랜 시간 준비한 축구를 월드컵 무대에서 구현했고, 한국을 12년 만의 16강으로 이끌었다. 결과가 나오자 의심의 눈초리는 박수로 바뀌었다.
물론 결과가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승리했다고 잘못된 언행이나 불합리한 과정까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단의 소통과 책임감 역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