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이탈리아처럼 하면 망하고 벨기에·스페인처럼 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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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위기마다 반복해온 처방은 대체로 비슷했다. 감독을 바꾸고, 대표팀 명단을 약간 손보는 게 전부였다. 여론 포화 속에 한국축구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고장은 덮어두고 케이스만 바꾼 미봉책이었다. 실패 뒤 감독만 바꾼 나라는 무너졌고, 실패 뒤 유소년 시스템을 바꾼 나라는 살아났다. 이탈리아는 전자의 경고다. 벨기에와 스페인은 후자의 모범이다.
이탈리아는 월드컵 4회 우승국이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충격적이다. 2018년, 2022년, 2026년까지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때마다 감독은 계속 바뀌었다. 잔피에로 벤투라가 2018 월드컵 실패 뒤 물러났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유로 2020 우승을 이끌었지만 2022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를 막지는 못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젠나로 가투소 체제로 이어졌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세리에A에서 이탈리아 젊은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고,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커졌다. 구단은 재정적으로 힘겨워지면서 유소년 육성에 소홀했다. 유소년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협회는 이탈리아 축구 구조에 손을 제대로 대지 못했다. 유소년은 방치됐고 쓸만한 유망주는 ‘거래’됐다.
벨기에는 실패를 시스템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벨기에는 유로 2000을 네덜란드와 공동 개최하고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미셸 사블롱 축구협회 기술 책임자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 개혁에 올인했다. 어린 선수에게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먼저 공을 다루는 법, 공간을 이해하는 법, 압박 속에서 판단하는 법을 가르쳤다. 공을 더 자주 만지고, 더 자주 선택하고, 더 자주 실패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벨기에는 황금세대를 얻었다. 에당 아자르, 케빈 더브라위너, 로멜루 루카쿠, 티보 쿠르투아, 뱅상 콤파니,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같은 시기에 등장했다. 벨기에는 인구가 한국보다 적은 나라다. 그런데 세계 정상권 선수들이 한꺼번에 배출했고 한때 FIFA랭킹 1위까지 올랐다.
스페인 사례는 더 강력하다. 스페인은 2000년 이전까지 늘 재능은 많지만 큰 대회에서 무너지는 팀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스페인은 달라졌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를 연달아 제패했다. 스페인 변화도 유스시스템에서 시작됐다. 유소년 단계에서 기술, 패스, 포지션 이해, 경기 지배 능력을 꾸준히 가르쳤다. 지금은 바르셀로나가 세계 최고 유소년 시스템 상징이 됐고 여전히 세계 축구의 중심이다.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등이 거기에서 길러졌다. 스페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보다 체구가 작다. 그런데 스타 몇몇이 빠져도 동일한 퍼포머스를 낸다. 스페인이 FIFA랭킹 1,2위를 오가는 것은 뛰어나고 일관성 있는 유스 시스템에서 나온 출중한 선수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중미월드컵에서 졸전 끝에 탈락했다. 홍명보 감독의 오판, ‘잘난’ 선수들의 오만, 대한축구협회 오산이 겹친 결과물이다. 세상 모든 문제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다. 문제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다. 그런 여러개를 모두 알아야 본질을 꿰뚫수 있다.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것은 오히려 미래 한국축구에 득보다는 해가 될 공산이 크다.
지금 한국축구에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설계다. 월드컵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누가 잘못했나”보다 “왜 같은 실패가 반복될까”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한국보다 먼저, 어쩌면 한국보다 더 처절하게 실패를 경험했고 그 실패 속에서 답을 찾는 나라들로부터 찾아야 한다. 우리 축구 선수들을, 우리 유망주들을 창의력이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숱한 장애 속에서도 계속 싸우는 전사, 동료와 팀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어떻게 만드느냐에 한국축구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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