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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평가 받은 세상... 외교 보다 강한 월드컵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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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1 승리를 확정한 뒤 선수단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홍명보 감독(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1 승리를 확정한 뒤 선수단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의 개막과 함께 지구촌이 뜨거운 축구 열기로 들끓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태극전사들의 출발도 순조롭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까다로운 유럽의 강호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했다. 개최국 멕시코와의 2차전이 남아 있지만 현재의 흐름이라면 32강 진출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물론 팬들의 기대는 훨씬 그 이상일 것이다.

스포츠 기자 생활을 오래한 나에게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를 꼽으라면 단연 올림픽보다 월드컵이다. 축구는 말 그대로 'People's Game', 만인의 스포츠다. 11명의 선수가 전·후반 90분 동안 발과 머리를 이용해 골을 넣는 단순한 규칙 덕분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판 판정과 경기 규칙도 비교적 명확하다. 한때 논란이 많았던 오프사이드 역시 첨단 전자 판독 시스템 도입으로 훨씬 직관적으로 바뀌었다. 하기 쉽고 보기 쉬운 스포츠, 그것이 축구다. 글로벌 스포츠로서 축구의 인기는 끝을 모른다. 월드컵 중계권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하계올림픽보다 훨씬 높고, FIFA의 잔니 인판티노 회장이 월드컵을 4년이 아닌 2년마다 개최하자는 구상을 내놓을 정도로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월드컵 현장을 다니며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월드컵이 단순한 축구대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무대에서는 경제력도, 군사력도, 국토의 크기도 큰 의미가 없다. 작은 나라라도 축구를 잘하면 세계인의 존중을 받을 수 있고, 강대국이라도 축구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주목받기 어렵다. 국가의 위상이 아니라 축구 실력으로 평가받는 곳, 그것이 월드컵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라이프치히에서 그 사실을 생생하게 느꼈다. 지네딘 지단을 앞세운 우승 후보 프랑스에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막판 박지성의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경기 후 일행들과 라이프치히 시내의 한 술집을 찾았는데 한국 팬들에 대한 반응이 놀라울 정도였다. 독일 팬은 물론 프랑스 팬, 다른 유럽 국가 팬들까지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선전을 축하했다. 맥주잔을 부딪치며 한국 축구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잠시 뒤 브라질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술집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또 한 번 달라졌다. 장난기 어린 연출도 있었지만 술집에 있던 유럽 팬들이 일제히 두 손을 들어 환호하며 "브라질! 브라질!"을 외쳤다. 마치 축구 왕국의 사절단을 맞이하는 의식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축구를 잘한다는 것은 월드컵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다. 3·4위전과 결승전을 취재하러 갔을 때 거리와 지하철에서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을 만난 카타르 시민들과 다른 나라 팬들은 박수를 보내며 우승을 기원했다. 경제력이나 정치적 영향력만 놓고 보면 아르헨티나는 세계 강국이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축구 하나만으로 전 세계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는 모습을 보며 스포츠가 가진 힘을 새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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