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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브리지를 학교로…김혜영 회장이 그리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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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브리지를 하는 동안에는 휴대전화를 한 번도 안 보더라고요."

브리지의 장점을 묻자 김혜영 한국브리지협회 회장은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대한체육회 이사이자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브리지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요즘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들을 만나고 학교 현장을 방문하며 대학 축제를 찾는다. 최근에는 학교체육진흥회와 협력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협회 직원은 단 두 명뿐이지만 그의 일정표는 빽빽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브리지를 학교 안으로 들이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에게 브리지는 아직 낯선 종목이다. 카드게임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늘 같은 설명부터 시작한다. 브리지는 바둑과 체스처럼 사고력과 집중력을 겨루는 대표적인 마인드 스포츠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한국브리지협회는 대한체육회 준회원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52장의 카드를 이용해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경쟁하는 전략 스포츠로 계산과 추론, 기억력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그가 브리지를 설명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승부가 아니다. 생각하는 힘이다.

 

브리지 경기에서는 대화가 금지된다. 표정도 안 되고 몸짓도 안 된다. 오직 카드만으로 파트너와 소통해야 한다. 상대는 왜 저 카드를 냈는지, 내 파트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추론해야 한다. 어떤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지 판단해야 하고 실수를 했더라도 감정을 드러낼 수 없다.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경기 동안 머리는 쉬지 않는다. 김 회장은 "아무리 답답해도 생각으로 풀어야 한다. 내 파트너가 알아들을까, 상대는 왜 저렇게 하지, 계속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브리지를 스포츠이면서 교육이라고 말한다. 바둑이나 체스가 개인 종목이라면 브리지는 파트너와 함께하는 종목이다. 혼자 잘해서 되는 게임이 아니다. 파트너를 이해해야 하고 존중해야 한다. 배려와 협력 없이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다. 그는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협동심을 키운다고 믿는다.

브리지

브리지

한국브리지협회 김혜영 회장은 "브리지를 하면 머릿속이 정리되고, 명상이나 힐링을 한 기분이 든다"고 강조했다.

한국브리지협회 김혜영 회장은 "브리지를 하면 머릿속이 정리되고, 명상이나 힐링을 한 기분이 든다"고 강조했다.

사실 브리지는 원래 그의 인생 계획에 없던 종목이었다. 그런데 2010년 겨울 스키를 타다 부상을 당했고 오랜 재활이 필요했다. 활동적인 취미를 즐기던 그에게 긴 회복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때 지인의 권유로 브리지를 접했다. 처음에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카드를 잡은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상대를 읽고 파트너를 이해하며 제한된 정보 속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첫날부터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브리지가 어렵다고 말한다. 같은 패는 없고 같은 상황도 없다. 매번 새로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것이 브리지의 매력이라고 했다.

 

"3시간 정도 집중하고 나면 머릿속이 굉장히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요. 명상이나 힐링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취미로 시작한 브리지는 결국 그를 국가대표로 만들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선수촌에 입촌했다. 많은 사람들은 60대 국가대표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일부는 그의 개인적 배경에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기억하는 것은 국가대표라는 이름이 주는 책임감이었다. 대표복을 입고 선수촌에 들어서는 순간, 국가를 대표한다는 의미가 생각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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