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지면 그건 운명이다”…순해 보여도 독한 승부사, ‘200SV 마무리’ 김재윤이 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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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재윤.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재윤(36·삼성)은 그래도 아직 구위로 먹고 살아야 하는 투수다. 구위 좋은 김재윤의 공은 타자에게 실제 구속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도 한다. 떨어지는 포크볼을 승부구로 잘 쓰는 김재윤에게는 빠른 구속의 포심패스트볼이 필수다. 직구 구속이 어느 정도 나와야 포크볼과의 조합도 살릴 수 있다.
FA가 되어 삼성으로 이적한 2024년에도,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김재윤은 자기 구속을 찾지 못했다. 시즌 중반을 지나며 회복했지만 출발이 너무 더뎠다. FA 선수의 무게와 책임감이 마음 속에 가득했던 김재윤은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김재윤은 야구를 위한 루틴도 많고, 조심하는 것도 많은 투수다. 스프링캠프에 들어갈 때부터는 일상 생활에서도 자칫 부상 위험 있다고 하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며 김재윤은 다짐을 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처음부터 전력 투구 해보기로 했다. 벼랑끝, 승부를 걸어야만 하는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재윤은 “‘올해는 여기서 전력으로, 뼈 빠지게 던져보자. 그래서 풀리면 구속이 올라가는 거고, (어디라도) 끊어지면 운명으로 받아들이자’ 결심하고 피칭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됐다”고 말했다.
삼성 김재윤이 지난 1일 한화전에서 힘껏 투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해 김재윤은 초반부터 구속을 냈다. 최근에는 시속 148~149㎞까지 던지고 있다. 지난 15일 KIA전에서 패전도 기록했지만 이튿날 바로 회복해 3점 차 승리를 지키고 세이브를 추가한 김재윤은 최근 삼성 상승세의 주역이다. 5월 들어 7경기에서 1승 5세이브로 활약한 김재윤은 시즌 9세이브를 쌓았다. 바랐던 모습으로 봄부터 출발했다.
김재윤은 2016년부터 마무리였다. 제10구단 KT 창단 멤버로,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하고 마무리를 맡았던 김재윤은 이 시대 마무리 중에서 단연 우여곡절이 많았던 투수다. 팀이 꼴찌에 머물던 시절, 이기질 못하니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분명히 마무리를 맡았는데 늘 경쟁을 해야 했다. 시속 150㎞대 강속구 투수가 여럿인 리그 마무리들 사이에서 김재윤은 그리 세 보이지 않았고 구단은 만족하지 못했다. 김재윤에게 캠프는 매년 경쟁의 시간이었다. 다른 투수에게 자리를 내주고 이동한 적도 있었지만 시즌을 마칠 때는 매번 결국 김재윤이 마무리였다. 삼성에 와서도 마찬가지, 올해도 캠프에서는 ‘마무리 3파전’이라고 했지만 현재 삼성 마무리는 김재윤이다.
11년째 경쟁 속에서 마무리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질긴 승부사 김재윤은 어느 새 200세이브 투수가 됐다. 지난 8일 NC전 세이브로 통산 200세이브를 기록했다. 리그 역대 6번째, 현역 중 최다 세이브 투수다.
삼성 김재윤이 지난 6일 키움전 승리 뒤 포수 장승현과 격려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인기 팀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김재윤은 부진한 만큼 한때 큰 비난을 받았다. 한창 안 좋았던 지난해에는 “여러 선수들한테 응원소리가 엄청나다가도 내가 지나가면 순간 조용해진다. 이제 적응은 했다”고 누구라도 씁쓸했을 장면을 농담에 섞어, 친한 선수들에게 털어놓은 적도 있다.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 생각하지만 어려웠던 시간을 뚫고 200세이브 투수가 된 김재윤은 삼성의 상승세 속에서 이제 새로운 기운을 얻고 있다. 김재윤은 “지난 2년이 여러가지로 올시즌 준비할 때 내게 각성제 효과를 준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전과 다르다. 그래도 한 두 분 정도는 작은 목소리로 ‘김재윤 파이팅’ 하고 외쳐주신다. 내게는 충분하다”고 웃었다.
김재윤은 18일까지 통산 202세이브, 시즌 9세이브를 거뒀다. LG 유영찬(11세이브)이 시즌을 이미 마감한 터라 김재윤은 박영현(KT), 유토(키움) 등과 리그 마무리 경쟁 선두에 섰다. 1세이브만 더하면 김재윤은 7년 연속 10세이브 고지를 밟는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구대성, 손승락, 정우람, 진필중 4명밖에 하지 못한 기록이다. 팀마다 마무리가 바뀌고 또 바뀌는 시대, 꿋꿋하게 살아남은 11년 차 마무리 김재윤이 밟게 될 또 하나의 대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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