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이민규, 한국전력서 배구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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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에서 재회한 석진욱 감독과 이민규. (KOV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구 인생에서 하프라인은 이미 한참 지났죠. 그런데 뭔가 너무 잔잔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흐지부지 끝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OK저축은행 ‘원클럽맨’에서 한국전력 새 주장으로 변신한 이민규(34)의 말이다. 경기 오산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최근 만난 이민규는 “잘되고 안되고를 떠나 스스로에게 자극과 변화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민규는 2013~2014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막내 구단’ 러시앤캐시에 창단 멤버로 합류한 뒤 나중에 OK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는 이 팀에서만 13년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한국전력과 계약했다.
한국전력은 남자부 7개 구단 중 유일한 ‘공기업 팀’이다. 선수 영입에 쓸 수 있는 자원이 넉넉하지 않지만 이민규 영입에 연간 보수 총액 6억 원을 투자했다. 이민규는 “결국 첫 번째는 경기력으로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성장해야 할 어린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규가 이적을 결심한 데는 석진욱 한국전력 신임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도 한몫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3~2014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 감독은 러시앤캐시의 창단 수석코치를 맡았고 이후 팀 제2대 감독으로도 이민규를 지도했다. 이민규는 “(비시즌에) 감독님과 밥을 세 번 정도 먹었다”며 “‘어디야?’라고 물으셔서 ‘지금은 못 갑니다’라고 답하면 ‘뭐 하는데?’라고 되물으실 정도로 끈질기셨다”며 웃었다.
석 감독은 이민규가 이적을 결심하자 바로 주장 완장을 맡겼다. 이민규는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감독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보니 감독님 의도를 선수들에게 잘 전달해 달라는 취지 같다”면서 “주장이라고 혼자 팀을 이끌겠다는 생각은 없다. 신영석(40), 서재덕(37) 같은 형들이 동생들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나는 거기에 맞춰서 내 역할을 하면 된다”고 했다.
13년 동안 몸담았던 팀을 떠난 만큼 친정팀 OK저축은행과 연습경기를 치를 때면 묘한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민규는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마음이 이상하더라. (프로에서 팀을 두 번 옮긴 신)영석이 형에게 이야기했더니 ‘그 기분을 안다’고 하셨다”며 “경기를 거듭하면서 괜찮아졌지만 팬들까지 만나면 또 다른 감정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데이를 앞두고는 무심코 옛 소속팀 이름을 말할까 봐 “한국전력 빅스톰 이민규입니다”라는 인사말을 계속 되뇌기도 했다.
이민규는 경기대 1학년 때부터 주전을 꿰차면서 차세대 국가대표 세터로 평가받았다. 프로 2년 차였던 2014~2015시즌에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번번이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무릎에 부상이 잦았다. 이민규는 2021, 2022년에는 무릎 통증이 너무 심해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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