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오의 무게와 용서의 자격...이재영의 아제르바이잔행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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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 V리그 2라운드 MVP로 선정된 흥국생명 이재영(오른쪽).2016.12.05./(사진=김경수 기자/ 발리볼코리아닷컴DB)
【발리볼코리아닷컴=스포츠평론가 김정훈】한국 여자배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재영 선수가 일본 무대를 거쳐 아제르바이잔 리그의 투란 VC에 입단하며 또다시 낯선 유럽 땅에 첫발을 디딘다.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짓눌러온 건 먹먹한 안타까움이었다. 배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그 간절한 열망 하나를 안고 떠나기엔, 그곳이 너무나 거칠고 위태로운 전장인 까닭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우리에게 참으로 생소하고 아득한 나라다. 정치적 불안정은 물론, 최근 이란의 드론 공격 여파 등으로 치안과 안전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험지다. 언어도, 문화도, 음식도 다른 그 외딴 이국땅에서, 한국 사람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외로운 환경을 견뎌내며 코트 위에 서야 하는 선수의 고독을 감히 가늠해 본다. 오직 배구를 향한 집념 하나로 그 위험천만한 길을 택해야만 했던 그의 뒷모습은 차마 가볍게 스쳐 지나쳐지지 않는다.
과거 그가 학창 시절 범했던 학교 폭력이라는 과오를 두둔하거나 덮으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상처받은 피해자들의 아픔은 깊고 엄연하며, 그에 따른 도덕적·사회적 책임을 지는 일은 마땅하다. 하지만 문득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과연 그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의 무게가 '영원한 사회적 매장'과 '끝없는 방랑'이어야만 하는가.
고개를 돌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본다.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고 권력을 남용한 파렴치한 정치인들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사면복권되어 대권을 논한다. 명확한 정황 증거가 담긴 녹음 파일이 돌아도 법망을 유유히 벗어나 당당하게 정치의 중심에 선다. 권력과 재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유독 넓고 따뜻하게 열려 있는 '재기와 용서의 문'이, 왜 유독 어린 시절의 그늘을 짊어진 한 운동선수 앞에서만 이토록 차갑고 견고한 철문으로 닫혀 있어야 하는가.
이재영이라는 이름 석 자를 언급하는 것조차 무차별적인 댓글 테러와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잔인하다. 과오를 뉘우치고 자성하며 코트 밖을 전전한 시간 속에서도 단 한 번의 회복할 기회조차 허용하지 않는 엄벌주의. 그것은 과연 정의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잔혹한 폭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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