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원 정성 페덱, 15만 달러 배짱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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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삼성 라이온즈
(MHN 정철우 기자) 외국인 선수 영입은 돈으로 시작하지만 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금액도 누구에게, 어느 시점에 제시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삼성 라이온즈가 크리스 페덱과 오스틴 보스를 영입한 과정은 그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올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던 두 투수를 데려왔지만 계약에 접근한 방식은 정반대였다. 페덱에게는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을 마지막 1달러 단위까지 채웠고, 보스에게는 6주짜리 부상 대체 계약의 한도인 15만 달러만 제시했다. 한쪽에서는 3달러도 빼지 않았고 다른 쪽에서는 지난해 일본에서 거액을 받았던 투수를 15만 달러에 잡았다. 그러나 모순은 아니다. 삼성은 두 선수에게 같은 돈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각 선수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제시했다.
페덱과의 계약 금액은 47만3333달러였다. 보통 계약 총액은 47만 달러나 47만5000달러처럼 어느 정도 끊어서 발표되기 마련이지만, 삼성은 마지막 세 자리까지 정확하게 계산했다. 정규시즌 잔여 기간을 기준으로 신규 외국인 선수에게 지급할 수 있는 상한을 일할 계산해 사실상 최대치를 맞춘 결과다. 마지막 3달러는 우리 돈으로 4500원대에 불과하다. 47만 달러가 넘는 협상에서 그 돈이 페덱의 선택을 좌우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그 3달러를 빼지 않은 태도는 중요하다. 삼성은 페덱에게 단순히 계약서를 보낸 것이 아니라 ‘규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주겠다’는 의사를 숫자로 전달했다.
당시 삼성은 선수의 결정을 마냥 기다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보다 확실한 카드로 채워 후반기 선두 경쟁을 준비해야 했고, 페덱은 일본 구단의 관심까지 받을 수 있는 경력을 지닌 투수였다. 더구나 그는 오래전 메이저리그를 떠난 이름값만 큰 선수가 아니었다. 올 시즌 마이애미 말린스와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치며 14경기, 57이닝을 던졌고 7패, 평균자책점 6.79를 기록했다.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시즌 중반까지 빅리그 구단이 실제 전력으로 활용한 현역 메이저리거였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출처:삼성 라이온즈
페덱이 한국행을 결심하려면 미국 잔류 가능성과 일본 진출 가능성을 포기할 만한 명분이 필요했다. 삼성은 그 명분을 어설프게 만들지 않았다. 남은 기간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금액을 맞추고,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보장하며,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이라는 환경까지 내놓았다. 여기서 47만3333달러는 단순한 연봉이 아니라 삼성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숫자가 된다. 비슷한 수준의 제안을 여러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몇 만 달러의 차이만이 아니다. 어느 구단이 자신을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지, 가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 자신의 경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삼성은 최고액과 확실한 역할을 한 묶음으로 제시했고, 마지막 3달러는 그 묶음에 찍은 일종의 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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