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홍명보 물러나면 끝?…이대로면 한국축구 계속 ‘똥볼’만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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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이 6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 | 이준헌 기자
대한민국 축구가 깊은 침체에 빠졌다.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이라는 목표는 무색하게도 32강 진출 실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로 돌아왔고, 대표팀은 이렇다 할 환영 행사도 없이 인천공항을 통해 흩어졌다.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은 이미 물러났고, 문화체육관광부는 7월 6일 ‘K-축구 혁신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그런데도 국민이 안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이 바뀌어도 협회를 움직이는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실패가 반복된다는 걸 이미 여러 번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건 대안 없는 비난이나 두 사람의 퇴장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한국 축구 거버넌스를 근본적으로 재건할 청사진이다.
■ 대한축구협회는 ‘대리인 문제’의 전형
축구협회가 보여온 파벌주의, 밀실 행정, 책임 회피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에 의하면, 주주(주인)가 경영자(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했을 때,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면 대리인은 주인의 이익보다 사적 이익을 앞세우기 쉽고,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협회의 진짜 주인은 축구 팬과 국민이고, 지도부는 그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일 뿐이다. 이 구조 아래에서 가장 오래, 가장 큰 권한을 행사한 인물이 바로 정몽규 회장이었다. 그는 2013년 취임 이후 13년 5개월간 재임해 역대 최장기간 집권 기록을 세웠고, 장기 집권 속에서 협회는 국민과의 소통을 소홀히 한 채 의사결정을 독점해 왔다.
2023년 3월, 협회는 우루과이전 킥오프 한 시간 전이라는 시점을 골라 비위 축구인 100명 사면을 기습 사면 후 여론에 밀려 전면 철회했다. 결국 뒤집힌 결정이었다는 사실이 문제를 가볍게 만들지는 않는다. 애초에 국민 모르게 결정하려 했고, 반발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물러선 패턴 자체가 ‘감시받지 않는 대리인’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감독 선임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체부는 2024년 특정감사에서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협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회가 협회 관계자를 증인으로 부르는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7.6%, 감독 선임 절차를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응답은 87.8%에 달했다. 국민이 확인하고 싶은 건 대표팀 성적이 아니라 협회 운영의 투명성이라는 게 여론으로도 확인된 셈이다.
■ 해외 축구계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
독일은 2000년 유로 대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을 겪은 뒤, 전국에 366개의 유소년 거점을 세우고 15년에 걸쳐 1000명의 코치를 통해 1만 4000명의 선수를 육성한다는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 투자는 토마스 뮐러, 마누엘 노이어 같은 선수들을 길러냈고 2014년 월드컵 우승으로 이어졌다. 핵심은 ‘한 대회 성적’이 아니라 ‘시스템’에 베팅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J리그 출범 이후 협회는 대표팀·유소년 육성에, 리그는 독립적인 상업화와 재정 감독에 집중하는 구조로 역할을 나눠 서로 견제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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