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표 없는, 주종목 없는 축구…노르웨이가 홀란을 키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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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50만 명의 노르웨이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꺾고 사상 첫 8강에 올랐다.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로 돌아온 노르웨이는 엘링 홀란, 마르틴 외데고르, 안토니오 누사를 앞세워 세계 축구의 강호를 넘어섰다.
외신들이 주목한 것은 선수 개인의 재능만이 아니다. 노르웨이 스포츠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유소년 육성 방식이다. 핵심은 빠른 선별과 조기 전문화가 아니라, 더 많은 아이가 더 오래 스포츠 안에 남도록 하는 데 있다.
노르웨이체육연맹은 1987년 ‘아동 스포츠 권리’를 도입했고 2007년 이를 손질했다. 등록 클럽과 지도자는 이 원칙을 따라야 한다. 어린 선수에게 성적 경쟁을 일찍 강요하지 않고, 안전과 참여, 즐거움을 우선한다는 내용이다.
9세 미만 어린이는 지역 클럽 경기 중심으로 활동한다. 이 연령대에서는 리그 순위표나 결과표, 우승 트로피를 앞세운 경쟁을 제한한다. 11세부터 활동 범위는 넓어지지만 본격적인 순위 경쟁은 여전히 억제된다. 전국선수권 성격의 대회는 13세 이후에야 가능하다.
노르웨이식 육성은 유망주를 빨리 가려내 한 종목에 몰아넣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아이들은 여러 종목을 경험한 뒤 스스로 주 종목을 선택한다. 로이터는 노르웨이 동계올림픽 성공을 분석하며 조기 경쟁을 피하고 다양한 스포츠를 통해 운동 능력과 사회성을 기르는 구조가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홀란도 이 시스템의 상징적인 사례다. 어린 시절 그는 축구뿐 아니라 핸드볼, 육상,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함께 했다. 축구에 본격적으로 집중한 것은 14세 무렵이었다. 가디언은 핸드볼에서 얻은 점프 감각, 스키와 육상에서 길러진 신체 조정 능력이 그의 플레이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른 선수들도 비슷하다. 알렉산데르 쇠를로트는 축구와 핸드볼, 스피드스케이팅을 병행했다. 골키퍼 외르얀 뉠란도 축구 외에 핸드볼과 알파인스키를 경험했다. 서로 다른 종목에서 익힌 균형감각, 방향 전환, 점프 능력이 이후 축구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 자산이 됐다.
엘링 홀란이 5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 브라질전에서 2-1 승리 뒤 동료들과 바이킹 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쟁을 늦춘다고 투자를 줄인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는 추운 날씨와 넓은 국토라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16년 이후 500개가 넘는 인조잔디 구장을 조성했다. 조기 선발은 서두르지 않되,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공을 찰 수 있는 환경은 넓혔다.
노르웨이 모델을 그대로 다른 나라에 옮기기는 어렵다. 인구 규모, 복지 체계, 지역 클럽 문화, 자원봉사 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기 엘리트 육성이 항상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브라질을 비롯한 축구 강국들은 빠른 재능 발굴과 집중 훈련으로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성공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어린 선수를 반드시 빨리 골라야 하는가. 유망주는 한 종목에 일찍 묶어야 하는가. 어린이 스포츠에도 순위표와 우승 경쟁이 꼭 필요한가.
노르웨이는 다른 답을 택했다. 아이가 못해도 창피를 당하지 않게 하고, 9세 어린이가 9세답게 운동을 즐기게 했다. 유망주를 빨리 추려내는 대신 많은 아이가 오래 뛰게 했다. 그 느린 방식 속에서 홀란과 외데고르가 나왔고, 노르웨이는 브라질을 꺾는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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