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다 사람이었다…보스턴 마라톤서 펼쳐진 ‘진짜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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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롭손 데 올리베이라(왼쪽)와 영국의 애런 베그스(오른쪽)가 지난 21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서 탈진한 아제이 하리다스를 부축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AP
세계 최고 권위의 마라톤 대회인 보스턴 마라톤에서 기록 경쟁을 내려놓고 한 선수를 끝까지 지켜낸 장면이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결승선을 불과 수십 미터 앞둔 순간, 두 러너가 탈진으로 쓰러진 참가자를 부축해 함께 완주하는 선택을 했다고 BBC 등이 23일 보도했다.
주인공은 북아일랜드 출신 애런 베그스와 브라질의 롭손 데 올리베이라, 그리고 생애 첫 마라톤에 도전한 21세 아제이 하리다스다. 결승선이 위치한 보일스턴 스트리트에서 하리다스는 극심한 탈수와 근육 경련으로 균형을 잃고 연달아 네 차례 쓰러졌다. 그는 “네 번째 넘어졌을 때는 기어가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수십 명의 주자가 그를 지나쳤지만, 가장 먼저 멈춰 선 것은 베그스였다. 그는 쓰러진 하리다스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버티기 어려웠다. 이때 개인 최고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달리던 데 올리베이라가 속도를 늦추고 합류했다. 두 선수는 하리다스의 양팔을 어깨에 걸친 채 서로를 지탱하며 한 걸음씩 결승선을 향해 나아갔다. 세 사람은 나란히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고, 관중석에서는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들의 선택은 분명한 ‘대가’를 동반했다. 베그스와 데 올리베이라는 개인 최고 기록 달성 기회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하리다스는 다음 대회 출전을 위한 기준 기록을 충족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공식 기록 역시 그대로 인정됐다. 데 올리베이라가 2시간44분26초, 하리다스가 2시간44분32초, 베그스가 2시간44분36초로, 세 선수는 몇 초 간격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현장을 지켜본 관중들이 촬영한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승자는 못 봤지만 이 장면이 진짜 승리다”라는 반응이 이어졌고,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베그스는 “마라톤은 함께하는 여정”이라며 “그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데 올리베이라 역시 “혼자서는 불가능했지만 둘이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두 선수 모두 결승선 통과 직후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지친 상태였지만,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BBC는 “이번 장면은 치열한 기록 경쟁의 무대에서도 인간적 연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순위와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함께 완주하는 것이라는, 스포츠의 가장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가치가 결승선 위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됐다”고 전했다.
한편, 엘리트 마라톤 대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주고받는 선수들의 기록은 인정받지 못한다. 부축하는 것은 물론 손을 잡고 들어와도 실격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번 보스톤 마라톤에서 서로 도운 이들 3명은 일반 선수이기 때문에 기록이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들이 엘리트 선수, 전문 선수 부문에 출전한 전문 선수라면 실격처리됐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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