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승 16억보다 더 충격적인 5억…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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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원보다 5억원이 더 충격적일 수 있다. 계약금의 절대적인 규모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기대치를 따져보면 그렇다. 키움 히어로즈가 하현승에게 안긴 16억원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파격이었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가 김지우에게 투자한 5억원은 사정이 다르다. 역대 야수 최고 계약금 기록까지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했던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두산은 그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으로 김지우의 가치를 인정했다. 단순히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를 확보한 것이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 담긴 투자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두산은 13일 202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선수 11명과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가장 관심을 끈 선수는 역시 1라운드에서 지명한 서울고 내야수 김지우였다. 두산은 김지우에게 계약금 5억원을 안겼다. KBO리그 역대 우타 야수 신인 최고 계약금이다. 종전 기록은 김동주가 1998년 OB 베어스에 입단하며 받았던 4억5000만원과 정상호가 2001년 SK 와이번스에서 받았던 4억5000만원이었다. 무려 25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우타 야수 최고 계약금 기록을 김지우가 넘어섰다.
좌타자까지 범위를 넓혀도 김지우의 계약금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1993년 OB 강혁과 2021년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이 받았던 5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역대 야수 신인 계약금 공동 1위다. 투수들이 신인 계약금 상위권을 독식해 왔던 KBO리그의 흐름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 있는 금액이다. 두산이 김지우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숫자 하나로 충분히 설명된다.올해 신인 계약금 시장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선수는 단연 하현승이었다. 키움은 전체 1순위로 지명한 하현승에게 무려 16억원을 투자했다. 2006년 KIA 타이거즈 한기주가 기록했던 종전 최고액 10억원을 단숨에 6억원이나 뛰어넘는 파격적인 계약이었다. 하지만 하현승의 몸값이 기존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드래프트 이전부터 적지 않았다.
하현승은 투수와 타자 양쪽에서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은 특급 유망주다. 뉴욕 양키스로부터 300만 달러 이상의 계약금을 제시받았던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컸다. 키움으로서는 하현승을 국내에 남기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할 필요가 있었다. 투타 겸업이라는 특별한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기존 신인 계약금의 틀을 깨는 선택이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김지우의 5억원은 예상보다 훨씬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지우 역시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던 유망주다. 고교 무대에서 보여준 공격력도 뛰어났다. 올해 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422, 2홈런, 19타점, OPS 1.133을 기록했다. 정확성과 장타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고,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는 타격 재능을 인정받았다그렇다고 역대 야수 최고 계약금까지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현승처럼 투타 겸업이라는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막기 위해 기존 기록을 압도하는 계약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으로 평가받았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두산은 5억원을 선택했다. 그만큼 김지우의 잠재력과 현재 완성도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김지우가 단순히 몇 년 뒤를 바라봐야 하는 유망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드래프트 상위권에 지명된 선수들 중에는 프로 입단 직후부터 1군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자원들이 있다. KIA가 전체 3순위로 지명한 이호민도 그중 한 명이다. 고교 무대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기량을 보여준 만큼 프로 적응에 필요한 시간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김지우 역시 비슷한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고교 타자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는 프로 투수들의 빠른 공과 정교한 변화구에 적응하는 일이다. 고교 시절 아무리 좋은 성적을 올렸더라도 프로에 입단한 뒤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타격 메커니즘을 다시 정비해야 하는 선수도 있고, 변화구 대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선수도 있다.
그러나 김지우는 타격 능력과 장타 생산력에서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이 거액을 투자한 배경에도 이런 현재의 완성도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고교 무대에서의 성과가 곧바로 프로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단이 신인의 가치를 평가할 때 몇 년 뒤의 성장 가능성만큼이나 현재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여기서 김지우의 5억원이 갖는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두산은 김지우를 향후 10년 동안 팀의 중심을 책임질 수 있는 내야수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미래가 반드시 먼 훗날부터 시작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 1군에서 경쟁하고,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팀 전력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라는 판단이 있었기에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물론 김지우가 2027시즌 개막부터 1군 주전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프로 투수들을 상대하는 능력과 수비 적응력, 체력 관리 등 검증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다만 두산이 김지우에게 제시한 금액은 그가 일반적인 고졸 신인보다 빠르게 1군 전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단순히 육성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원석이었다면 역대 야수 최고 계약금이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두산이 김지우에게 거는 기대는 계약 직후 선수의 소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지우는 "좋은 대우를 해주신 두산베어스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구단이 내게 걸고 있는 기대치를 느낀 만큼 책임감이 든다. 베어스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프로에 입단했다는 기쁨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강조했다. 5억원이라는 금액이 어떤 의미인지 선수 자신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두산은 김지우 외에도 2라운드에서 지명한 덕수고 포수 설재민과 1억7000만원, 3라운드 동의과학대 투수 정현우와 1억2000만원, 4라운드 동의과학대 투수 이석영과 9000만원에 계약했다. 5라운드 선린인터넷고 투수 조한결은 7000만원, 6라운드 광주동성고 투수 김도윤은 6000만원, 7라운드 서울컨벤션고 내야수 박준서는 5000만원에 사인했다.
8라운드 서울동산고 투수 김동환과 9라운드 인하대 외야수 이민준은 각각 4000만원을 받았고, 10라운드 성균관대 외야수 김준우와 11라운드 부산고 투수 이승민은 각각 3000만원에 계약했다. 두산이 이번에 계약한 신인 11명의 계약금 총액은 11억9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김지우 한 명에게 전체의 약 42%를 투자했다. 구단의 기대가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두산이 5억원이라는 금액에 걸맞은 육성 계획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하느냐다. 신인에게 거액을 투자했다고 해서 곧바로 좋은 선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높은 계약금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지우가 프로 투수들의 공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잃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선수라는 기대가 성급한 1군 기용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반대로 준비가 끝난 선수에게 지나치게 긴 육성 기간을 강요할 필요도 없다. 김지우가 프로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과감하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 5억원이라는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의 실제 성장 속도다. 두산이 김지우를 미래의 중심 타자로만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2027시즌부터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력으로 키워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하현승의 16억원은 KBO리그 신인 계약금 시장의 상식을 깨뜨린 사건이었다. 하지만 김지우의 5억원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파격이다. 하현승의 몸값에는 메이저리그와의 경쟁과 투타 겸업이라는 특별한 가치가 반영돼 있었다. 김지우의 계약금에는 야수 한 명의 능력에 대한 두산의 강한 확신이 담겨 있다.
16억원은 최고의 재능을 붙잡기 위해 지불한 금액이었다면, 5억원은 최고의 야수로 성장할 가능성에 베팅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두산은 그 가능성이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10년 뒤의 김지우만이 아니라 당장 내년의 김지우에게도 주목하는 이유다.
5억원이라는 숫자는 이제 김지우에게 기대의 크기이자 넘어야 할 기준이 됐다. 두산은 역대 야수 최고 계약금이라는 기록으로 먼저 자신의 믿음을 보여줬다. 이제 그 믿음이 얼마나 빠르게 경기장에서 결과로 나타날지가 중요하다. 하현승의 16억원 못지않게 김지우의 5억원이 충격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두산은 미래를 기다리기만 하는 투자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부터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투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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