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만남, 악수는 없었다...오월동주(吳越同舟)의 신경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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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하는 내고향축구단 / 사진=연합뉴스
어제 오후 2시 20분 북한 평양 연고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입국했다. 27명의 선수들은 검정색 정장의 단정한 차림이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이 몰렸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화려한 등장이 아니었다. 말이 없었다는 것이다. 웃음도, 손 흔들기도, 눈 마주침도 없었다. 8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침묵이었다.
나는 그 영상을 보다가 이상하게도 2019년 평양의 기억을 떠올렸다. 텔레비전 속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던 장면.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고, 손흥민의 드리블을 바라보는 북한 선수들의 표정은 무표정 그 자체였다. 어제 공항 영상의 내고향 선수들도 그 표정이었다.
△뇌가 '적'을 만났을 때
뇌과학은 이 침묵을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수만 년의 진화 속에서 '우리'와 '그들'을 순식간에 분리하는 회로를 발달시켰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내집단-외집단 편향이라 부르는데, 쉽게 말하면 뇌가 자동으로 '편'을 가른다는 뜻이다. 이때 뇌의 감정 경보기인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경계심이 높아지고 공감 회로는 상대적으로 조용해진다. 놀라운 건, 이 반응이 의식적 판단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저 사람은 적이다'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뇌는 이미 거리를 만들어버린다.
더 흥미로운 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역설이다. 신뢰와 유대의 접착제라 불리는 이 물질은 내집단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집단에 대한 배타성도 함께 높인다. 평양의 훈련장에서 매일 함께 뛰며 옥시토신으로 단단히 결속된 내고향 선수단에게 이 낯선 땅의 낯선 얼굴들은 뇌가 자동으로 경계선을 긋는 '그들'이다. 악수를 거부하는 것이 단순한 무례가 아닐 수 있다. 뇌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이다.
△공은 경계선을 모른다
그런데 여기 반전이 있다.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는 1954년, 이런 결론을 내놓았다. 적대적인 두 집단이 동등한 조건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뇌의 편견 회로가 서서히 재조정된다는 것이다. 조건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이 갑이 되는 만남이 아니라 공평한 경쟁이어야 한다.
이틀 뒤인 20일 저녁 7시, 수원종합운동장의 90분이 바로 그 조건이다. 내고향여자축구단과 수원FC 위민은 같은 넓이의 그라운드에서, 같은 규격의 공으로, 같은 규칙 아래 움직인다. 공이 날아오면 다리가 먼저 반응한다. 지난 5월 8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AFC U-17 여자 아시안컵에서 북한은 한국을 3-0으로 눌렀다. 경기 전 인사도, 경기 후 위로도 없었다. 그러나 90분 동안 두 팀은 같은 그라운드를 밟았다. 공감 회로는 침묵 속에서도 조금씩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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