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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농구 새 주축... '김연경 닮은꼴' 이해란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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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농구가 2026년 국제무대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월드컵에서는 박지수가 빠진 가운데 세계 강호들과 맞섰고, 이어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박지수와 박지현까지 없는 상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월드컵에서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99-81로 꺾었고 프랑스에는 69-95로 패했다. 헝가리전에서는 53-71로 졌지만, 독일과의 8강 진출 결정전에서는 74-56으로 뒤졌던 경기를 끝까지 추격했다. 결과적으로 56-94로 패해 8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은 2010년 이후 16년 만의 최종 8강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 과정에서 대표팀의 기둥으로 거듭나며 누구보다도 돋보인 선수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이해란(23, 183cm)이다. 월드컵 4경기에서 평균 13.5득점 3.3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팀을 이끌며 주목을 받은 그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치르게 된 아시안게임에서 제대로 진가를 보였다.

주전 센터 박지수가 부상으로 빠졌고 주득점원이자 야전사령관인 박지현 마저 합류하지 못하면서 한국은 11명의 선수로 대회를 치렀다. 그 빈자리를 한두 명이 대신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역할을 나눠 짊어졌는데 그 중심에서 이해란은 누구보다도 빛났다는 평가다.

 


훨씬 큰 선수들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해란의 가치는 득점이나 리바운드의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골밑에서 전투적으로 몸싸움을 펼치면서도 상대 수비를 피해 외곽으로 빠져나오거나 직접 공을 운반할 수 있는 기동력, 테크닉까지 겸비했다.

공격에서는 골밑 마무리와 중거리 점퍼, 돌파를 섞고, 수비에서는 끈질기게 상대 포워드를 따라다니는 것을 비롯해 필요할 경우 장신 센터까지 상대한다. 그를 두고 '빅맨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올라운드함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특히 중요했다. 가장 상징적인 경기가 중국과의 준결승이었다. 한국은 223㎝의 거인 장쯔위를 앞세운 중국을 상대로 85-80으로 승리했다. 이해란은 22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장쯔위를 상대하는 수비에서도 적극적으로 몸을 부딪쳤다.

중국이 장쯔위를 투입해 골밑을 공략할 때 한국은 한 명의 선수가 모든 수비를 책임지는 방식보다는 도움수비와 로테이션으로 대응해야 했다. 이해란 역시 그 수비 구조 안에서 큰 부담을 짊어졌다. 체급 스포츠로 따지면 미스 매치를 한참 넘어선 체격차에도 불구하고 장쯔위와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 등 필사적으로 몸싸움을 펼쳤다.

여기서 이해란의 플레이 스타일이 드러난다. 큰 선수와 매치업이 된다고 골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격권이 바뀌면 빠르게 코트를 질주하고, 상대 수비가 정돈되기 전에 골밑으로 뛰어 들어간다. 수비에서도 자신의 매치업만 바라보지 않고 공의 위치를 따라가며 빈 공간을 메운다. 리바운드 상황에서는 신장 차이를 힘과 위치 선정으로 보완한다.

즉, 이해란은 한두 가지 플레이에 특화된 유형이 아니라 경기 상황에 따라 역할이 바뀌는 선수다. 공격이 막히면 수비와 리바운드로 경기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고, 수비에서 상대의 시선을 끌어낸 뒤에는 공격에서 공간을 찾아 들어간다. 제한된 인원으로 치르는 국제대회에서 이런 선수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과의 결승은 이를 다시 확인한 무대였다. 한국은 75-70으로 승리했고 이해란은 24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1쿼터에만 11득점을 넣으며 한국이 27-15로 앞서가는 데 힘을 보탰다. 후반 일본의 추격이 시작된 뒤에는 골밑 득점과 리바운드로 버텼고, 경기 막판에는 결정적인 리바운드까지 잡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일본 대표팀의 오가미 유코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이해란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일본농구협회가 공개한 경기 총평에 따르면 오가미 감독은 전반에 이해란이 16득점을 올리며 일본 수비를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김연경 닮은꼴'에서 자신의 이름으로…대표팀 주연이 된 이해란

이해란은 이번 월드컵, 아시안게임 이전부터 주목받던 선수였다. 단, 기량보다는 다른 쪽으로 화제가 됐다. 182㎝의 큰 키와 긴 팔다리, 묶은 머리 등이 배구 스타 김연경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로 올해 초에는 '김연경 닮은꼴'이라는 수식어로 방송 인터뷰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해란 본인도 김연경을 롤모델로 꼽으며 그의 책을 찾아 읽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해당 캐릭터에 대한 비중은 자연스레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력에 대한 부분이 더욱 눈에 띄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해란 혼자 팀을 이끈 것은 아니다. 이번 대표팀의 가장 큰 특징은 11명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눴다는 데 있다. 강이슬은 외곽에서 상대 수비를 벌렸고, 이소희는 돌파와 외곽슛으로 공격의 활로를 만들었다. 허예은은 경기 조율을 담당했고, 골밑에서는 진안 등이 버텼다.

이해란은 그 사이를 연결했다. 상대가 외곽을 막으면 골밑으로 들어갔고, 골밑이 좁아지면 중거리에서 슛을 시도했다. 수비에서는 포워드와 빅맨 사이를 오가며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 섰다. 11명이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구조 안에서 이해란의 다재다능함이 효과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다문화가정 배경도 알려졌다…이해란이 보여준 것은 배경보다 코트

아시안게임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해란의 개인적인 성장 배경도 알려졌다. 이해란의 어머니는 필리핀 출신이다. 이해란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농구선수의 꿈을 키웠고 2021년 여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용인 삼성생명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들어섰다.

현재 이해란에게 '김연경 닮은꼴'이나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애칭이나 수식어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가 이해란을 한국 대표팀의 핵심 플레이어로 인정하기 시작한 상황에서도 지금의 효율성과 활동량을 유지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한국 여자농구가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가운데 이해란의 이름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제 코트에서 그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수식어는 닮은꼴이 아니다. 공격하고 수비하고 달리고 버티는 포워드, 한국 여자농구가 새롭게 얻은 확실한 이름 이해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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