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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끄랬더니 불 지른 '소방수' 모레노 감독…韓 '역대급 안방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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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연속이다. 한국 축구의 안방에서 '대참사'가 벌어졌다. 상암벌에 울려퍼진 뜨거운 환호는 싸늘한 침묵으로 바뀌었다. 모레노호가 단 2경기만에 '역대급 졸전'을 펼치며 에콰도르전 3대0 대승으로 한껏 높인 축구팬의 기대감을 절망감으로 바꿨다. 한국 축구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FIFA 랭킹 32위)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미 강호' 우루과이(랭킹 20위)와의 A매치 친선경기에서 전반에만 3골, 후반에 1골을 헌납한 끝에 1대4로 참패했다. 후반 막바지 손흥민(LA FC)이 한 골을 만회하며 영패는 간신히 면했다.

한국이 A매치 친선경기에서 전반 3실점한 경기는 2016년 6월 스페인과의 A매치 친선경기(1대6 패) 이후 10년만이다. 당시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유럽 원정경기였지만, 이날은 홈 관중 앞에서 펼친 A매치가 충격파가 더 컸다. 우루과이가 지난 24일 일본 원정에서 1대3으로 패하는 등 최근 8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흐름이 꺾인 팀이고, 이날 모레노 감독이 '에이스'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기용하며 사실상 최정예로 나선 점을 고려할 때 더욱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다.

모레노 감독은 에콰도르전과 비교해 선발 네 자리를 바꿨다. 측면에 포커스를 맞췄다. 4-4-2 포메이션에서 손흥민 오현규와 공격진에서 호흡을 맞출 날개로 이강인 황희찬을 선택했다. 이강인의 플레이메이킹 능력과 황희찬의 돌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을용 아들'인 레프트백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도 선발 기용했다. 이재성(마인츠)의 중원 파트너로는 김봉수(대전)가 깜짝 기용됐다. 황인범(포르투) 백승호(버밍엄시티)은 엔트리 제외됐다. 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 이한범(클럽 브뤼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태석이 포백을 꾸렸다. 김승규(FC도쿄)가 두 경기 연속 선발 기회를 잡았다.

우루과이는 4-4-2 포메이션으로 다윈 누녜스(알 디리야)와 히오르히안 데 아라스카에타(플라멩구)를 투 톱 위치에 세우고, 브라이언 로드리게스(클럽 아메리카), 루카스 토레이라(갈라타사라이),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막시밀리아노 아라우호(스포르팅)로 미드필더진을 구성했다. 기예르모 바렐라(플라멩구), 로날드 아라우호(리버풀), 마티아스 올리베라(나폴리), 호아킨 피케레스(파우메이라스)가 포백을 꾸리고, 크리스토퍼 피어마린(아틀레티코 부카라망가)가 골문을 지켰다.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3분만에 첫번째 위기를 맞았다. 한국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아라우호를 향한 침투 패스에 한국 수비벽이 무너졌다. 아라우호는 박스 안 가운데 지점을 향해 컷백을 시도했고, 김민재가 가까스로 공을 건드리며 슈팅까진 내주진 않았다. 공격진에선 황희찬의 몸놀림이 가벼워보였다. 7분, 황희찬이 탈압박 후 우측 오현규에게 패스를 열어줬다. 하나 오현규의 방향 전환 패턴을 읽은 수비수의 영리한 대처에 공격은 무위에 그쳤다. 우루과이는 만만치 않았다. 7분 브라이언 로드리게스의 중거리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다. 8분, 오벼래핑에 나선 이태석이 문전을 향해 크로스를 찔렀으나, 이 역시 수비에 막혔다. 10분간 이강인은 단 3차례 볼터치만을 기록했다.

11분, 이한범, 김봉수, 이강인으로 이어지는 패스웍으로 우루과이 수비진을 위협했다. 이강인의 로빙 패스가 박스 안 오현규 쪽으로 향했지만, 수비수가 빠르게 걷어냈다. 이어진 공격 찬스에서 이강인의 중거리 슈팅은 수비에 다리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향하지 않았다.

기회 뒤에 위기를 맞았다. 13분, 첫 실점을 기록했다. 한국 진영 페널티 박스 외곽 좌측 대각선 지점에서 상대의 전진패스를 끊기 위해 설영우가 발을 뻗은 게 화근이었다. 공은 설영우의 발에 맞고 옆으로 흘렀다. 이를 이한범이 다시 태클로 저지했으나, 데 아라스카에타가 공을 낚아챘고,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누녜스에게 스루패스를 찔렀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공을 잡은 누녜스가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한국 골망을 갈랐다.반격에 나선 한국, 17분 황희찬과 손흥민이 공을 주고 받으며 기회를 엿봤다. 황희찬이 빠른 돌파로 상대 진영 좌측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으나, 박스 안으로 공이 연결되진 못했다. 같은 공격 패턴이 반복되며 답답함을 느끼던 전반 27분, 추가 실점이 터졌다.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데 아라스카에타가 골문 좌측 하단을 노리고 찬 오른발 중거리 슛이 그대로 골망에 꽂혔다.

한국 중원은 우루과이의 강한 압박에 힘을 쓰지 못했다. '에이스' 이강인의 전진패스마저 툭툭 끊겼다. 전반 막바지 이강인과 황희찬의 위치를 바꿔 추격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급한 쪽은 한국인데, 전반 40분 이후 공을 더 많이 소유한 건 우루과이였다. 한국과 달리 우루과이의 패스웍은 끊기는 법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전반 43분 3번째 실점까지 헌납했다. 김민재가 전진수비에 나선 가운데, 김민재 뒷쪽으로 흐른 공을 잡은 풀백 바렐라가 단숨에 한국 박스 안까지 침투한 후 오른발로 세 번째 골을 작성했다. 전반은 0-3으로 끝났다. 경기장 공기가 차가워졌다.

모레노 감독은 하프타임에 네 선수를 교체하는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김민재 황희찬 이태석 김봉수가 빠지고 김태현(가시마) 박진섭(저장) 조현택(울산) 김민수(레인저스)가 투입됐다. 후반 2분 김민수가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이날 한국의 첫번째 유효슛을 기록했다. 김민수가 오른발로 낮게 깔아찬 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뒤이어 6분 이강인도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기회를 엿봤다. 한국 공격이 반짝인 것도 잠시 다시 우루과이에 주도권을 내줬다. 그리고 네번째 실점을 내줬다. 후반 17분, 바렐라의 우측 크로스를 누녜스가 골문 앞에서 헤더로 밀어넣었다. 한국 수비진은 속수무책으로 실점을 허용했다.

후반 27분, 한국은 오현규 이재성 설영우를 빼고 오세훈(시미즈) 최준(서울) 박태준(김천)을 투입했다. 후반 35분, 이강인이 상대 박스 밖 우측 대각선 지점에서 골문 방향으로 올린 대각 크로스가 손흥민의 발끝을 스친 뒤 골망에 꽂혔다. 후반 37분 박태준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대반전은 없었다. 경기는 그대로 한국의 1대4 대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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