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 사퇴' 정몽규 "때로는 기대에 부응했다" 황당 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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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해 6월 용인미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국가대표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에서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정몽규(64) 대한축구협회장이 물러났다. 2013년 1월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당선 이후 무려 13년 5개월여 만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6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마지막 임원회의를 끝으로 사임서를 제출했다. 대한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이 사임서를 제출한 경우 제출과 동시에 사임한 것으로 본다.
정몽규 전 회장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5월 말 "축구협회를 맡아 운영하는 동안 여러 가지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당초 월드컵 폐막 이후 사임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홍명보호의 조기 탈락 이후 한국축구와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혼란이 거세지자 결국 예상보다 빨리 사임서를 제출했다.
'불명예 퇴진'이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당선으로 4선에 성공하고도, 그는 2029년까지였던 4번째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스스로 물러난다. 직접 밝혔듯 워낙 거센 논란과 비판에 시달렸던 체제이기도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등을 둘러싼 논란뿐만 아니라 과거 승부조작 사범 등 축구인 사면, 축구협회 각종 행정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다. 무려 13년 넘게 한국축구 행정의 수장 역할을 하고도, 별도의 사퇴 기자회견 없이 물러나는 걸 택한 것도 박수받으며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팬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는 채 400자도 채 안 됐다.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이라는 중책을 맡는 동안,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과 영광만을 바라보며 달렸다"며 "모든 영광과 성과는 선수들과 팬 여러분 덕분이며, 모든 부족함과 과오는 오롯이 저의 책임"이라고 적었다. 다만 마지막 인사조차 그는 '때로는 기대에 부응했다'는 황당한 자찬을 더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건립이나 디비전 시스템 구축 등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목도 있었으나, 외부 평가가 아닌 스스로가 '기대에 부응했다'는 평가를 덧붙이면서 마지막까지 괜한 논란을 더했다.
대한축구협회장 사임서를 제출한 정몽규 회장의 마지막 인사말. /사진=정몽규 회장 SNS 캡처
정몽규 회장의 사임이 확정되면서 한국축구는 당분간 리더 부재 속 후임 회장을 빠르게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협회 정관상 회장 궐위 시 부회장 선임 당시 정한 순서, 혹은 그 순서가 없을 경우 연장자 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 박항서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현재 남은 부회장은 이용수·신정식·김병지 3명이다. 이들 중 한 명이 대한체육회 인준을 받아 회장 직무를 대행한다. 대신 정몽규 회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만큼 대한축구협회는 60일 이내에 회장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차기 회장 선거 자체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축구협회는 "(회장) 직무 대행을 중심으로 후임 회장 선거 과정을 차질 없이 공정하게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축구협회장 선거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24년 회장 선거 당시 거센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85.6%의 압도적인 지지로 4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현 축구협회장 선거 방식에 비판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축구협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예고하면서 "일각에서 축구협회의 신임 회장 선출과 관련해 기존 정관에 따라 예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염려가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허탈감에 빠진 온 국민의 간절한 열망을 이해한다면 그렇게 못 할 것이다. 방법은 찾으면 된다. 축구계의 지혜와 현명한 판단을 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6일 첫 회의가 진행된 'K-축구 혁신위원회'에서도 회장 선거 방식에 논의가 이뤄졌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다수의 축구인이 참여하는 민주적 절차의 선거가 필수적이라는 데 위원 모두가 공감했다"며 "현행 제도로는 안 된다는 엄중한 인식하에 논의된 개선안을 협회가 적극 수용하고 대한체육회가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도록 전향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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